서론
고혈압과 당뇨병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로, 두 질환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심혈관계 및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더욱 증가합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당뇨병 환자의 혈압 조절은 단순히 혈압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건강을 보호하고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국제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목표 혈압은 140/85 mmHg 이하로 설정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당뇨병과 고혈압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과 약물 선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2018년 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55.3%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고혈압은 심혈관질환 및 미세혈관합병증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당뇨병 합병증(망막증, 신증,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있습니다.
2013년 이후 국제적인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목표 혈압을 기존의 수축기 혈압 130 mmHg에서 140 mmHg로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이는 혈압을 철저히 조절할 경우 필요한 약물의 개수가 증가하는 문제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반면, 이완기 혈압의 목표 수치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HOT post-hoc 분석 결과를 반영하는 단체(미국당뇨병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는 80 mmHg 미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른 단체들은 85 mmHg 미만(ESH/ESC, 대한고혈압학회) 또는 90 mmHg 미만(JNC 8)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고혈압 임상진료지침에서는 140/85 mmHg를 목표 혈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 관리를 위해 1차적으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의 사용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해야 합니다. 이때 ACEi 또는 ARB와 함께 칼슘통로차단제(CCB),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의 병용 투여가 추천됩니다. 반면, ACEi와 ARB의 병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베타차단제와 thiazide계 이뇨제의 병용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당뇨병 치료제 중 SGLT-2 억제제는 혈압 강하 효과를 동반하므로, 이를 사용할 경우 항고혈압제의 용량 조절을 고려해야 합니다.
뇌혈관 질환과 고혈압
뇌졸중의 위험은 혈압이 높을수록 증가하며, 고혈압은 대표적인 뇌졸중 위험 인자로 꼽힙니다. 뇌졸중 1차 예방에서는 특정 항고혈압제의 선택보다는 혈압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혈압을 140/90 mmHg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합니다.
특별한 적응증이 없는 경우, 동일한 혈압 강하 효과를 고려했을 때 베타차단제보다는 칼슘통로차단제(CC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의 사용이 권장됩니다. 한편,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해서는 ACEi 또는 ARB와 thiazide계 이뇨제의 병용 투여가 추천됩니다.
만성콩팥병과 고혈압
만성콩팥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 주요 목표는 신기능 악화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키고, 심혈관계 합병증 및 사망률을 낮추는 것입니다. 국내 지침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은 최소한 140/90 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만, 알부민뇨를 동반한 경우에는 목표 혈압을 130/80 mmHg 미만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든 종류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임상적으로 개선 효과가 확인된 약물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뿐입니다. 따라서, 알부민뇨가 있는 환자에게는 이 두 약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저항성 고혈압
이뇨제를 포함해 작용 기전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최대 용량으로 투여했음에도 혈압이 140/90 mmHg 이하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저항성 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환자의 낮은 복약 순응도입니다. 이외에도 비만, 과도한 음주 등의 생활습관 문제, 과도한 염분 섭취, 부적절한 이뇨제 사용으로 인한 체액 과잉, 감기약,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NSAIDs), 부신피질스테로이드, 피임약 등의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이나 신동맥 협착과 같은 이차성 고혈압도 저항성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충분한 용량의 세 가지 항고혈압제를 사용했음에도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이뇨제 용량을 증량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신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thiazide계 이뇨제 대신 loop 이뇨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추가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할 경우, spironolactone, amiloride, 또는 doxazosin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항성 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는 전문가의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결론
고혈압과 당뇨병은 상호 영향을 미치며, 적절한 혈압 관리는 심혈관 질환 및 신장 합병증 예방에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 전략이 요구되며,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적절한 약물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ACEi 또는 ARB와 같은 일차 선택약물의 활용, 다제 병용 요법의 필요성, 그리고 SGLT-2 억제제와 같은 최신 치료제의 혈압 조절 효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저항성 고혈압의 경우 보다 세밀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정기적인 혈압 모니터링과 지속적인 치료 계획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궁극적으로, 혈압 조절을 통해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치료의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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