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의 외분비 기능부전은 만성췌장염의 주요 예후 인자가 아닙니다. 가끔 심한 지방변으로 인해 체중 감소나 감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지방 식이가 적은 영향 때문인지 심한 지방변을 겪는 경우는 드뭅니다. 외분비 기능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지방변과 지용성 비타민 결핍이 나타납니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화 효소제는 충분한 효과를 위해 장용정을 분쇄하거나 상용량의 3배 이상 투여해야 합니다. 치료 성공은 체중 증가와 변의 굳기 정도로 평가하며, 효소 대체 치료는 적절한 양의 리파아제를 십이지장이나 공장에 영양분의 위배출에 맞추어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만성췌장염에서는 췌장액 중탄산나트륨 분비가 저하되어 십이지장과 소장에서 위산이 중화되지 않으므로 소화 효소제의 활성도가 저하됩니다. 따라서 소화 효소제 대량 요법에서는 위산 분비 억제제 병용이 필요합니다. 췌장의 외분비 기전 장애는 영양 장애를 초래하므로 약물 투여와 식이 요법이 불충분할 경우 지용성 및 수용성 비타민, 미량 원소의 보충이 고려됩니다.
만성췌장염 환자의 약 80%는 당뇨병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췌장 실질 조직의 섬유화와 위축이 말초 순환 장애를 유발해 랑게르한스섬의 혈류 순환이 감소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음주, 심한 췌장 외분비 기능 저하, 당뇨병 가족력, 췌장 수술 이력은 발병 위험성을 높입니다. 만성 췌장염과 관련된 당뇨병은 3c형 당뇨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발생률이 약 7%로 보고됩니다. 치료는 식사 및 운동 요법으로 조절이 어려울 경우 인슐린 투여로 대응하지만, 인슐린 분비뿐 아니라 글루카곤 분비도 저하되므로 저혈당 발작 위험이 높아 공복 시 혈당 목표를 150~200mg/dL로 설정하는 비교적 완만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만성췌장염에 의한 췌장 내분비 기능 부전은 고혈당과 저혈당 변동이 불안정하여 조절이 어렵습니다. 인슐린 요법이 기본이지만 인슐린 분비가 비교적 보존된 경우에는 경구 혈당강하제가 효과적입니다.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저하 효과와 항종양 작용 때문에 초기 경구 치료제로 우선 고려됩니다. 고혈당이 지속될 경우 다른 경구 약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혈당 조절이 어려운 경우 인슐린 요법을 고려하며, 24시간 C-peptide 배설량이 10μg 이하인 경우 인슐린 투여를 결정합니다. 췌장성 당뇨병에서는 케톤체 생산이 억제되어 케톤산증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글루카곤 분비가 저하되어 혈당 변동 폭이 커지고 저혈당 위험이 증가합니다. 대량 음주는 간의 당 신생을 억제하여 저혈당을 유발하므로 금주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고혈당 예방을 위한 열량 제한은 하지 않고, 인슐린은 초속효성 또는 속효성 제제를 소량 반복 투여하면서 장시간 지속성 인슐린을 병용합니다. 인슐린 용량은 소량씩 조정하며 당화혈색소 목표는 7% 내외로 설정한합니다.
만성췌장염의 주증상인 복통은 만성췌장염 환자의 80~90%에서 동반되며, 입원 환자의 93%에서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통증은 주췌관 협착으로 췌장 샘 구조가 변하고, 췌석이 주췌관 압력을 상승시켜 발생한다는 배관 가설(plumbing theory)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주췌관 스텐트 배액술에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거나 췌석, 췌관 협착 및 확장이 있음에도 통증이 없는 경우도 있어 배관 가설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췌장 신경의 변화로 인한 신경병적인 기전이 통증의 원인이라는 설명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췌장 신경의 변화와 더불어 통각과 관련된 말초 및 중추 신경로가 과민해져 정상 생리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1. 진통제
통증은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며, 하나는 간헐적으로 갑작스러운 통증이 반복되면서 증상이 없는 기간이 있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통증이 오랫동안 이어지며 사이에 통증이 조금 덜한 기간이 있는 형태입니다. 간헐적인 통증의 경우 지속적인 진통제 투여가 필요하지 않지만, 지속적인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규칙적인 진통제 투여가 요구됩니다. 진통제 사용은 일반적으로 WHO의 3단계 만성 통증 가이드라인에 따릅니다. 초기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단독 또는 병용 투여하여 통증을 조절하며,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말초 및 중추에 작용하는 약제를 병용합니다. 비마약성 진통제와 약한 마약성 진통제인 트라마돌의 병용이 고려되며, 트라마돌은 상대적으로 약물 중독 위험이 낮고 위장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투여가 필요하기도 하며, 이러한 환자에게는 보조 약제인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을 함께 투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2. 췌장 효소제
만성췌장염으로 인한 외분비 장애인 흡수불량의 주요 치료법은 식이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췌장 효소제를 투여하는 것입니다. 지방과 단백 식이에 의해 CCK-RF가 분비되며, 이는 CCK의 분비를 촉진하고 다시 serine protease에 의해 제거됩니다. 만성췌장염에서는 CCK-RF를 분해하는 단백분해효소가 부족해 CCK-RF가 지속해서 CCK 분비를 자극하면서 복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경구 췌장 효소제를 투여하면 음성 피드백에 의해 췌장을 억제해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십이지장에서 CCK releasing peptide는 췌장 트립신에 의해 변성되지만, 만성췌장염에서는 췌장 선방세포 손상으로 트립신 분비가 감소하여 CCK-RF의 변성이 불충분하게 일어납니다. 이에 따라 CCK의 분비가 증가해 췌장 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경구 췌장 효소제를 투여하면 CCK-RF의 변성이 일어나 CCK 분비가 감소합니다. 이러한 기전에서 통증 감소를 위해 활성화된 단백분해효소가 십이지장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비장용정 제제가 필요합니다. 장용정 제제는 공장이나 회장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십이지장에서 췌장 효소가 활성화되지 않아 CCK-RF를 변성시킬 수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통증성 만성췌장염에서 췌장 효소제를 투여해 왔지만 효과가 없다는 증거도 있어 치료에 대한 고민이 따릅니다. 그런데도 소화제와 위산에 의한 활성 저하를 막기 위해 제산제와 비장용성 췌장 효소제의 병용 투여는 고려할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식사당 25,000~75,000 units의 췌장 효소 용량으로 시작하며 반응이 미진할 경우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약물치료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경변증, 어떻게 진단할까? (1) | 2025.02.07 |
---|---|
간이 굳는다? 간경변증 원인·증상 분석 (0) | 2025.02.06 |
만성췌장염 완벽 정리! 증상·원인·진단법 (1) | 2025.02.06 |
급성 췌장염, 어떻게 치료할까? (0) | 2025.02.06 |
급성 췌장염, 이런 증상이 위험하다! (0) | 2025.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