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은 만성적인 간 손상으로 인해 간세포가 파괴되고 치유 및 재생 과정에서 재생결절과 진행성 간섬유화가 나타나는 병리조직학적 질환입니다. 간경변증을 뜻하는 'cirrhosis'는 오렌지색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irrhos'에서 유래된 용어이며, 이는 간경변증으로 인해 간이 오렌지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간경변증에서 나타나는 조직학적 변화는 오랫동안 비가역적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만성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 환자에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한 후 간섬유화가 호전된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초기 치료로 일부 간경변증이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1. 병태생리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은 과다한 알코올 섭취와 간염바이러스 감염입니다. 간세포가 반복적으로 손상되면 재생되지 못하고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로 대체되며 간섬유화가 진행됩니다. 간손상 시 활성산소와 염증물질이 분비되고 쿠퍼세포와 염증세포가 활성화되어 간성상세포를 자극합니다. 간성상세포는 원래 비타민 A를 저장하지만 손상 시 근섬유모세포로 변해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을 합성하며 간섬유화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섬유화가 지속되면 간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초래해 간경변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경변증은 문맥고혈압과 간기능부전이라는 합병증을 동반합니다. 문맥고혈압으로 인해 복수와 정맥류가 발생하고, 간 기능 저하로 황달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간성뇌증은 문맥고혈압과 간기능부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복수의 주된 원인은 내장혈관 확장으로 문맥압이 상승하고 나트륨과 수분 배출이 부적절해지는 것입니다. 문맥압이 증가하면 산화질소 같은 혈관 확장물질이 분비되어 내장동맥이 확장되며, 이에 따라 유효동맥혈류량이 감소하면서 나트륨과 수분 재흡수가 증가하고 복수와 희석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합니다.
정맥류는 문맥고혈압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간섬유화와 재생결절로 인해 간 혈관구조가 변형되면 문맥 혈류가 간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여 문맥압이 상승합니다. 간내 혈관 수축과 내인성 산화질소 감소 또한 간내 저항을 증가시켜 문맥압 상승을 유발합니다. 이에 따라 문맥-전신 우회혈관이 형성되며, 정맥류는 이러한 혈관의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문맥압이 5mmHg를 넘으면 문맥고혈압으로 정의되며, 8~10mmHg에서는 정맥류가, 12mmHg 이상에서는 정맥류 파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간성뇌증은 간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신경정신학적 증후군입니다. 주된 원인은 암모니아로, 장에서 유래된 질소화합물이 간세포 기능장애와 문맥전신션트를 통해 전신 순환계로 유입되어 뇌 신경전달 이상을 초래합니다. 이 외에도 GABA, 글루탐산염, 망간 등이 간성뇌증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흥분성 시스템이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감염이나 염증반응, 대장 내 세균총 변화도 간성뇌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증상
간경변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주로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간염바이러스가 주요 발병 원인입니다. 이 외에도 대사성 간질환, 담즙 정체 및 면역성 간질환, 혈관성 질환, 그리고 isoniazid, amiodarone, methotrexate 등의 약물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간경변증의 중요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간경변증의 임상 증상은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없어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정기적인 신체검사에서 간효소 수치 상승이나 우연한 영상검사에서 간손상 소견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이 진행되면 전신 증상과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납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식욕부진, 피로, 체중 감소, 메스꺼움, 근육쇠약, 피부 가려움증, 수면장애 등이 있으며, 거미혈관종, 손바닥홍반, 메두사머리, 황달, 잦은 멍과 출혈, 비장비대, 간비대, 하지부종, 곤봉지, 퍼덕이기 진전, 간성구취 등의 임상 소견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형유방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알코올성 간경변증에서는 고환 위축과 생식선 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간경변증에서는 복수가 생기고 식도 정맥이 파열되어 토혈하거나 흑색변이 나타나기도 하며, 간성혼수나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복수, 정맥류 출혈,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간성뇌증, 간신증후군이 나타난 경우를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라 하며, 이러한 합병증이 없는 경우를 대상성 간경변증이라 합니다. 대상성 무증상 간경변증이 비대상성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속도는 연간 5~7%이며, 평균적으로 약 6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복수는 간경변증에서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간경변증 환자의 약 50%가 10년 이내에 복수를 경험하며, 입원한 환자의 약 2/3에서 복수가 관찰됩니다. 복수의 주요 증상은 복부 둘레 증가로, 허리벨트가 죄이거나 체중이 늘었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복수가 심한 경우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고, 신체검진에서는 옆구리 탁음, 이동탁음, 돌출 옆구리, 액체파동 등으로 복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수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예후가 좋지 않으며, 중등도 이상의 복수는 1년 내 15%, 5년 내 약 50%의 사망률을 보입니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은 간경변증과 복수가 동반된 환자에서 복강 내 뚜렷한 감염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복수의 세균 감염입니다. 간경변증 환자의 20~30%에서 발생하며 치유 후에도 1년 내 70%의 재발률을 보입니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열, 황달, 복통이 있으며, 신체검진에서는 복부 압통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반동 압통이나 장폐색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 1/3의 환자에서는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은 회복 후에도 2년 내 생존율이 20%에 불과하나, 조기 진단과 적절한 항생제 사용으로 생존율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간경변증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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