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리
과거에는 위산과 펩신이 궤양 발생을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위점막의 공격인자와 방어인자 간의 균형이 더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공격인자로는 위산, 펩신, 담즙산염 등이 있고 방어인자로는 점액과 중탄산염 분비, 점막 혈류, 상피세포의 재생과 회복 등이 있습니다.
현재 소화성궤양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H.pylori 감염과 NSAIDs의 사용입니다. 이외에도 중증질환, 약물 등에 의해서도 궤양이 발생할 수 있고 아무런 원인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H.pylori는 여러 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는 나선형 모양의 박테리아로 그람음성 간균에 포함됩니다. 위 내의 강한 산성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는 다양한 생리적 조건을 가집니다. 보통 세균보다 많은 요소분해효소를 생성해서 요소를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하여 위의 산도를 조절합니다. 또한, 편모를 이용해 위 점막층을 자유롭게 침투하여 통과함으로써 위 내강의 높은 산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H.pylori가 위 내로 진입하게 되면 위의 상피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해 만성적으로 위 내에 서식하고 국소 염증반응 및 전신 면역반응을 비롯해 위산 분비의 병태생리적 변화를 유발합니다. H.pylori가 위 내에 서식하게 되면 감염된 모든 사람에서 만성위염을 일으킵니다. 이 중 10~20%에서는 소화성궤양이, 약 1%에서는 위암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평생 증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개인에 따라 소화성궤양이나 위암 발병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균주의 특징이나 다양성, 감염에 대한 숙주의 염증 및 면역반응 등 감수성 차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이 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2. 병인
아스피린을 비롯한 NSAIDs는 급만성 통증과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NSAIDs는 H.pylori 감염이 없는 경우 소화성궤양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국소적으로 위 상피세포와 점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점액과 중탄산염 분비를 촉진하고 상피세포의 증식과 점막 혈류 증가 등 위점막과 세포 보호작용을 갖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만성적으로 NSAIDs를 사용하는 사람의 1/4에서 소화성궤양이 발생하고, 4%에서는 출혈이나 천공 등 심각한 궤양 관련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또한, NSAIDs를 정기적으로 사용할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위장관 출혈 위험성이 5배 높아지게 되고, 궤양 천공의 절반이 NSAIDs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관련 점막 손상(stress-related mucosal damage, SRMD)이 있습니다. SRMD는 수술, 외상, 주증 화상, 패혈증, 장기부전, 신경 손상 등 심각한 생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중환자에서 발생하는 미란성 위염입니다. 주로 위저에서 발생하지만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십이지장이나 식도 원위부에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병변이 빨리 치유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별문제가 되지 않으나 4%의 환자에게서는 심각한 급성 출혈을 일으켜 혈역학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SRMD의 발생에는 내장 관류저하에 의한 점막허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장 관류저하는 교감신경 활성화와 이로 인한 카테콜아민 분비 증가, 혈관 수축을 비롯한 혈량 저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내장 관류저하가 발생하면 위장관 점막으로의 혈류가 감소해 점액과 중탄산염 분비가 저하되어 점막의 정상적 방어기전이 손상을 입습니다. 또한, 위장관 운동기능이 떨어져 위산, 담즙 등 자극 물질의 위 배출이 지연되면 위점막이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 밖의 원인으로 궤양 유발 약물 사용, 흡연, 식습관,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Glucocorticoids는 단독으로 사용 시 소화성궤양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NSAIDs와 병합해서 사용하는 경우 소화성궤양 및 합병증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 Bisphosphonates는 주로 식도에 대한 자극과 염증을 일으키지만 위나 십이지장궤양의 발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2가지 약물 외에도 cocaine이나 methamphetamine은 점막허혈에 의한 위, 십이지장 궤양과 천공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은 오랫동안 소화성궤양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왔으나 여전히 흡연이 소화성궤양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지에 대한 것은 불분명합니다. 유발 기전으로 췌장에서의 중탄산염 분비 감소, 위산 분비 증가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이 니코틴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분에 의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식습관으로는 다량의 알코올이 있는데, 알코올은 위점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지만, 음주와 소화성궤양 발생은 흡연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흔히 소화불량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커피, 콜라, 차, 카페인, 자극적인 음식 등도 독립적으로 소화성궤양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습니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궤양 발생 및 궤양 합병증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생각되어져 왔으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 논란이 되고 있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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