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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학

급성 췌장염, 췌장에서 무슨 일이?

by simplyeon 2025. 2. 5.

 

 급성췌장염은 담석, 알코올 섭취, 대사 장애, 약물, 복부 손상 등으로 인해 소화효소가 체내에서 활성화되면서 췌장이 자가소화되는 무균적 급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췌장선방세포의 손상, 광범위한 간질성 부종, 출혈, 그리고 손상 부위로의 호중구성 과립구 이동을 유발합니다. 임상적으로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 경증으로 발병한 후 3~5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증도에 따라 가성낭종, 췌장 괴사, 농양 형성 등의 국소적 합병증과 다발성 장기 부전 또는 사망에 이르는 전신 염증성 반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급성췌장염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중증도 예측에 따른 집중 치료가 중요합니다.

 

1. 병태생리


 급성췌장염의 병태생리는 췌장효소의 지속적인 합성에도 불구하고 분비가 막히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선방세포 내에서 단백질 분해효소가 활성화되어 췌장이 자가소화되며 파괴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부종, 출혈, 괴사로 진행되며, 췌장에서 활성화된 효소와 염증 매개 물질들이 혈중 및 복강으로 확산되어 발병 초기부터 전신 염증 반응 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을 일으킵니다. 중증인 경우에는 말초혈관 투과성이 항진되어 조직 부종과 혈관 내 탈수가 발생하고, 폐, 간, 신장 등의 장기 장애가 신속히 발생합니다. 또한 면역계와 응고계의 장애 및 중증 감염증, 파종혈관내응고증후군(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syndrome, DICS)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췌장 및 주변 부위에 괴사가 발생할 경우 장내 세균의 이동으로 감염이 발생하고 패혈증이 병발합니다.

 담석이나 만성적인 음주는 췌장세포에 손상을 일으켜 소화효소의 분비를 억제하고 세포 내에서 소화효소 분획과 라이소좀 융합을 유발합니다. 그 결과 라이소좀 효소인 cathepsin B에 의해 트립시노겐이 트립신으로 활성화됩니다. 활성화된 트립신은 췌장세포 내 소화효소를 활성화해 췌장의 자가소화와 세포 손상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손상은 여러 전사 인자의 발현을 유도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케모카인의 합성을 증가시킵니다. 염증 면역세포가 활성화되어 췌장 손상 부위로 침윤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원격 장기의 손상까지 초래합니다.

 TRPV-1(transient receptor potential cation channel subfamily 5 member 1), substance P, NK1R(neurokinin-1 receptor) 등의 신경세포 수용체와 통증 전달 물질도 췌장염의 발생 기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췌장 효소의 활성화, 미세혈관계의 부전, 염증 매개 인자의 분비는 췌장 손상과 괴사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손상 과정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각각의 기전이 미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췌장염 환자의 약 80%는 간질 손상만을 보이며, 괴사성 췌장염의 경우에도 50%에서만 장기 부전 합병증이 발생하므로 괴사의 정도로 합병증 발생을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2. 병인


 급성췌장염은 매우 다양한 유발인자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급성췌장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특발성 급성췌장염의 원인이 점차 밝혀지고 있습니다. 주요 병인으로는 알코올 섭취가 약 40%, 담석이 약 20%, 특발성이 약 20%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내시경역행췌담관조영(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후 일부 발생하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비록 약물유발 급성췌장염의 발생 비율은 0.1~2% 정도로 낮지만, 임상 사례를 통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약물유발 췌장염은 특정 약물과의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타틴 계열 약물이나 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 억제제 등 대부분의 약물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원인을 찾지 못해 특발성 췌장염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약 10~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일부는 유전적 변이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유전성 췌장염은 소아기에 췌장염 증상이 발생하여 대부분 30대 전후로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췌장암 발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췌장염과 관련된 유전자는 약 30종류 정도가 발견되었으며, 대표적으로 PRSS1, SPINK1, CFTR, CTRC 변이가 있습니다.

 약물유발 췌장염의 기전은 과민반응, 독성 대사산물의 축적, 고중성지방혈증, 고용량에 의한 내인성 독성, 오디 괄약근의 경축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정확한 치료 방침을 수립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알코올에 의한 경우는 자세한 병력청취를 통해 확인하며, 담낭담석증에 의한 경우 혈액검사 소견과 영상검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그 외 고지혈증, 고칼슘혈증, 외상, 수술, ERCP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주의 깊게 관찰하면 인과성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방침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병력청취, 이학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를 통해서도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 특발성으로 분류되지만, 내시경을 통해 원인을 밝히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