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약물치료학

B형바이러스간염의 병태생리

by simplyeon 2025. 2. 8.

B형 간염 바이러스(HBV)는 헤파드나바이러스과(Hepadnaviridae family)에 속하는 DNA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간 친화성을 지니고 있어 숙주의 간 세포 내에서만 복제와 조립이 이루어진다. 감염성이 있는 완전한 형태의 바이러스 입자는 외피(envelope)와 캡시드(capsid)로 구성된 뉴클레오캡시드를 포함하며, 그 안에 바이러스 게놈이 존재한다. 바이러스 게놈은 느슨한 원형 DNA(rcDNA) 형태로 중합효소(polymerase)와 결합되어 있다.

HBV가 숙주의 간 세포에 유입되면 뉴클레오캡시드가 세포질에서 방출되고 바이러스 게놈은 세포핵으로 들어간다. 이후 바이러스 게놈은 공유결합으로 온전한 구형의 DNA(cccDNA)로 변환된다. 이 cccDNA는 바이러스 전사를 위한 주형(template)으로 작용하며 안정성이 높아 간 세포가 살아 있는 한 핵 속에 남아 바이러스 복제의 비축장 역할을 한다. 항바이러스 약물 치료로 cccDNA의 수치를 줄일 수는 있으나 완전한 박멸은 어렵다. 새로 합성된 cccDNA는 핵으로 재진입하거나 재활용되며, 비리온으로 방출되는 게놈은 rcDNA 형태를 가진다.

HBV는 복제 과정에서 중합효소(역전사효소 기능 포함), 표면항원(HBsAg), HBeAg, 핵심항원(HBcAg), 그리고 HBV X 항원(HBxAg)을 포함한 총 7개의 단백질을 생산한다. 비리온은 간 세포 밖으로 방출되며, 이 과정에서 HBeAg을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 조각이 방출된다. HBeAg이 혈장에서 검출되면 이는 간 세포에서 HBV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HBeAg는 HBV 감염의 바이오마커로 활용된다.

HBV 게놈은 숙주 게놈과 무작위적으로 융합되어 간 세포의 형질전환을 유도한다. HBV 게놈은 역전사 교정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하며, 감염된 환자에게 유전적으로 다양한 돌연변이 바이러스 종이 공존하게 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숙주의 면역반응이나 항바이러스 치료 같은 외부 환경에 의해 촉진되며, 돌연변이 종은 면역 반응과 항바이러스 치료를 회피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HBV 전염은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 속에 있는 비리온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 전달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전염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수직감염 또는 주산기 감염이 가장 흔한 전염 경로이다. 주산기는 출산 직전과 직후를 의미하며, 의학적으로는 수태 후 20주부터 출산 후 1~4주까지를 포함한다. 임신 중 태반을 통한 전염 확률은 2% 미만이며, 대부분의 주산기 감염은 출산 과정에서 엄마의 혈액이나 체액이 신생아의 점막에 접촉하여 발생한다. HBV는 모유에서 검출될 수 있으나 모유를 통한 전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HBsAg 양성인 임부가 출산한 아이는 출생 직후 HBV 면역글로불린과 HBV 백신을 동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임부의 HBV DNA 수치가 높고 적절한 예방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전염 위험이 매우 높다. 임부의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경우 경구용 항바이러스약 치료로 신생아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5세 이하의 아이들 간 전염과 감염된 혈액에 노출되는 경우 발생하는 수평감염도 중요한 전염 경로이다.

HBV의 다른 전염 경로는 주삿바늘 상해, 문신, 피어싱, 감염된 체액(타액, 생리혈, 질분비물, 정액) 노출이다. 감염된 사람과의 성관계나 감염자가 사용한 주사기, 면도기 재사용도 전염 경로가 된다. HBV는 몸 밖에서도 최소 7일간 생존하여 그 동안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HBV의 잠복기는 평균 75일이며, 개인에 따라 30~180일 사이로 나타난다. 감염 후 30~60일이 되면 바이러스가 몸에서 검출되며,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감염 초기 HBV DNA는 4~7주간 검출되며, 바이러스 복제는 8~10주에 절정에 이르고, 간 손상은 12주 이후에 발생한다.

혈청검사에서 HBsAg가 6개월 이상 양성이면 만성 B형간염(CHB)으로 정의된다. 급성 감염 후 만성으로 진행될 위험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는 HBV 감염이 시작된 나이이다. HBeAg 양성인 엄마에게 태어난 신생아는 90%, 5세 미만의 소아는 20~60%, 성인은 5% 미만에서 만성으로 진행된다. 신생아와 소아는 성인보다 면역기능이 떨어져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감염된 간 세포를 공격하지 않는 "면역관용(immune tolerance)" 상태로 쉽게 진행된다. 급성 감염 환자 일부에서는 치명적인 전격 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 B형간염은 매우 다이나믹한 질병 경과를 보인다. 만성 B형간염의 임상 경과(자연경과)는 면역관용기, HBeAg 양성 면역활동기, 면역비활동기, HBeAg 음성 면역활동기, HBsAg 소실기로 구분된다. 이러한 다양한 자연경과는 HBV와 숙주 면역반응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HBV 자연경과는 모든 환자에서 연속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연속적인 진행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환자마다 각 단계가 지속되는 기간이 다르다. 또한 면역활동기와 면역비활동기를 번갈아 경험하기도 하며, 혈청 HBsAg 소실이 이루어져도 간에 바이러스 cccDNA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면역억제제 투여나 면역력 감소 시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다이나믹한 자연경과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 평가는 단 한 번의 검사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연속적인 검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환자는 어느 하나의 자연경과로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지역에 속하기도 한다. 만성 간염이 있는 모든 환자는 자연경과와 상관없이 간경변증과 간세포암종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