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의해 유발된 간염과 이로 인한 간손상은 간경화로 발전할 수 있다. 간염의 원인이 되는 약물 투여를 중단하지 않으면, 간손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결국 간경화를 일으킨다. Methotrexate는 간독성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 시 cytochrome P450에 의해 활성화된 대사체로 인해 문맥주위 섬유화증(periportal fibrosis)과 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건선과 관절염 치료 목적으로 methotrexate를 투여받은 환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투여 간격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조정하거나 엽산을 함께 투여함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다. 비타민 A는 정상적으로 간세포에 저장되지만,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하면 현저한 간비대, 섬유화증, 복수, 문맥압 항진증을 유발한다.
약물유발 간손상의 두 번째 형태는 담소관계(bile canalicular system)와 관련된 담즙 정체성 손상이다. 담즙 정체성 질환에서는 담소관 주변 세포 내 액틴 필라멘트의 이상이 발생하여 담즙 이동이 방해된다. 이로 인해 간에서 담즙을 정상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게 되며, 독성 담즙산이 축적된다. 약물유발성 담즙 정체는 급성 또는 만성 형태로 나타나며, 가장 흔한 형태는 급성 간염을 동반한 담즙 정체이다. 환자는 오심, 권태감, 황달, 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혈중 ALP 수치가 증가하고, 이후 다른 혈청 간효소 수치도 상승한다. Chlorpromazine, erythromycin estolate, amoxicillin-clavulanate, carbamazepine 등이 담즙 정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즙정체성 손상 또는 담즙정체성 황달은 담소관계 또는 담즙 담관계의 손상으로 분류된다. 소관계 담즙 정체는 장기간 고용량의 estrogen 요법과 관련이 있다. 임상적으로 환자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에서 중증도의 혈청 빌리루빈 상승을 보인다. 비타민 E의 정맥주사 형태인 α-tocopherol acetate는 주로 미숙아에서 담소관에 영향을 주어 담즙정체성 황달을 유발한다. 정맥영양요법(total parenteral nutrition)도 1주일 이상 투여하면 담즙 정체의 변화를 초래하며, 비특이적으로 간 효소 수치를 증가시킨다.
이 외에도 간의 세정맥, 굴혈관(sinusoids), 간문맥의 병소와 같은 간혈관장애(liver vascular disorders)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장애는 다양한 약물에 의해 유발되며, 특히 항암제, pyrrolizidine계 알칼로이드류, 성호르몬제 등이 대표적이다. Azathioprine과 컴프리 허브차도 정맥폐쇄성 질환(venocclusive disease)과 관련이 있다. 심각한 복강 내 출혈과 연관된 간자색반병(peliosis hepatitis)은 드문 간혈관 질환이며, androgen, estrogen, tamoxifen, azathioprine, danazol 등의 약물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약물유발 간손상의 진단은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임상적 지표 및 바이오마커가 없어 널리 인정되는 표준 진단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간손상과 의심되는 약물 간의 인과성을 평가해야 하며, 이를 위한 진단 도구로 Council fo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of Medical Sciences (CIOMS) scale이라고도 불리는 Roussel Uclaf Causality Assessment Method (RUCAM)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RUCAM은 증상 발현까지 걸린 시간, 투약 중단 후 경과, 위험인자, 병용 투여한 약물, 약물 외 간손상의 원인(바이러스성 간염, 담도 폐쇄, 알코올 중독 등) 유무, 약물의 간독성과 관련된 기존 정보 유무, 재투약 시 반응 등을 핵심 요소로 구성한다. 각 항목에 점수를 부여하여 약물과 간손상의 인과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최근 International DILI Expert Working Group에서는 약물유발 간손상의 기준을 ① ALT가 정상 상한치(upper limit of normal, ULN)의 5배 이상 증가한 경우, ② ALP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 증가한 경우, ③ ALT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총 빌리루빈이 정상 상한치의 2배를 초과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물유발 간손상의 진단을 위해 간효소 측정이 자주 활용되며, 이외에도 albumin과 prothrombin time 등의 측정이 가능하다. 또한, 간손상의 원인이 되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 및 간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간효소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약물유발 간손상의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간생검은 약물유발 간손상의 진단과 분류에 도움이 되지만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산하 Drug-Induced Liver Injury Network (DILIN)에서는 약물유발 간손상의 중증도를 경미, 중등증, 중등증-중증, 중증, 생명 위협의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준화된 분류법이 아니며, 국가별 의료 환경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물유발 간손상은 비교적 흔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급성 간부전이나 간경화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현재 약물유발 간손상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표준 진단법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환자의 병력, 약물 복용 이력, 임상적 소견, 위험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른 원인에 의한 간질환을 배제하여 평가해야 한다. 간질환의 원인이 되는 약물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간손상과 관련된 합병증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한편, 한약제제에 의한 약물유발 간손상의 발생 빈도는 일반적인 인과성 평가 기준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약제제가 약물유발 간손상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약물유발 간손상의 정확한 발생률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인과성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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