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약물치료학

C형바이러스간염의 병태생리, 임상 양상, 임상검사, 예방

by simplyeon 2025. 2. 10.

C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감염증은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을 유발하며, 간세포암종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HCV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증을 일으키며 치명적인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이나, HBV보다 유병률이 낮고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HCV 감염증 치료에 대한 최신 가이드라인으로는 대한간학회 진료지침,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 유럽 EASL 가이드라인, 미국 AASLD-IDSA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다.

HCV는 Flaviviridae과에 속하는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로, 6개의 유전자형을 가진다. 이 바이러스는 RNA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아 다양한 변종이 출현하는 특성을 가진다. 감염 기간이 길어질수록 변종이 더욱 많이 발생하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숙주의 면역 방어 감시 체계를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특정 변종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더라도 다른 변종에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예방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HCV 감염은 주로 감염자의 혈액과 접촉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주요 전염 경로로는 주사기의 반복 사용, 감염된 모체로부터의 수직 감염, 의료 종사자의 주삿바늘 찔림 사고, 감염자와의 성관계, 불결한 기구를 사용한 문신 또는 피어싱, 감염자의 혈액이 묻은 개인 물품 사용, 감염자의 혈액 수혈 및 장기 이식 등이 알려져 있다. HCV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주사용 마약 사용자, HIV 감염자, 혈액 투석 환자, 과거 HCV 검사가 일상적이지 않던 시기에 수혈이나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 주삿바늘 찔림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의료 종사자, HCV에 감염된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다.

HCV 감염 후 평균 8~9주가 지나면 HCV 항체 검사가 양성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Anti-HCV는 중화항체가 아니기 때문에 감염에서 회복된 경우와 만성으로 진행된 경우 모두에서 평생 검출된다. HCV RNA는 감염 후 1~3주 이내 혈액에서 검출되며 이후 급격히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하고 ALT 수치가 최대 상승한 이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HCV 감염은 HBV보다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약 30%의 환자는 급성 감염에서 6개월 이내 자연 치유되지만 나머지 70%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급성 C형간염 환자 중 만성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는 3~4개월 이내 자연 회복된다. 감염 후 회복된 환자라고 하더라도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재감염이 가능하다.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된 환자는 자연 회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15~30%의 환자는 20년 이내 간경변증이, 1~5%는 간세포암종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HCV 급성 간염 환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급성 간염 증상으로는 발열, 피로감, 식욕부진, 무기력, 관절통, 황달, 복통, 짙어진 소변색 등이 있으며, HCV 감염 후 2~12주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 환자의 대부분도 자각 증상이 없으며, 건강검진을 통해 감염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감염된 환자는 증상이 없어도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만성 간염 환자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며, 간경변증과 같은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하고 말기 간 손상(end-stage liver disease, ESLD)이나 간세포암종을 유발할 수 있다. 간 외 합병증으로는 저온글로불린혈증(cryoglobulinemia, 혈관염으로 인한 면역 복합체 침착)이 흔하게 나타나며, 피부 및 신장 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

만성 HCV 감염 검진과 진단은 anti-HCV 검사와 HCV RNA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HCV 감염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Anti-HCV 검사는 HCV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급성 감염에서 회복되어 바이러스가 제거된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HCV RNA는 감염 후 1~2주 이내 혈액에서 검출되며 만성 감염으로 진행된 경우 지속해서 검출된다. 따라서 HCV 감염 환자의 약 70%에서 HCV RNA 검사가 양성으로 나온다. 진단 과정에서는 먼저 anti-HCV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양성일 경우 HCV RNA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HCV RNA 검사가 음성이면 과거 감염 후 면역력에 의해 완치된 것을 의미하며, 양성이면 현재 HCV가 체내에 존재하고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성 감염으로 확인된 이후에는 간기능검사를 실시하고, 간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생검이나 비침습적 간 섬유화 검사를 시행한다. 간 손상의 정도는 약물 치료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미 간경변증이 진행된 환자는 간 섬유화 검사가 필요하지 않으며, 간문맥 고혈압이나 위·식도 정맥류 등의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서는 HCV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적합한 약제를 선택한다. 유전자형은 아형(1a, 1b 등)까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최신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모든 유전자형(pan-genotype)에 사용할 수 있다. HCV 약제 내성 검사는 아직 표준 검사 방법이 없으며, 현재 사용되는 약제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약제 내성 검사는 필요하지 않다.

HC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의료기관 종사자는 안전한 주사기 사용과 주삿바늘 및 날카로운 폐기물의 안전한 폐기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감염 예방에 힘써야 한다. 헌혈자 혈액에 대한 HCV 감염 여부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HCV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주사기 공유 및 재사용을 피해야 한다. HCV 감염 환자는 수혈, 장기 기증, 정자 기증을 하지 말아야 하며,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신이나 피어싱 시술은 위생적인 환경에서 받는 것이 바람직하며, A형 또는 B형 간염을 동반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HAV와 HBV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권장된다.